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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 최고의 맛을 찾아서 -13화-

Episode 13. 영식. 별빛이 난데없는 소란에 놀란 듯 어지러이 밤하늘을 밝혔다. 시야를 가리던 안개가 조금씩 옅어져, 이제는 수 리 앞의 나무 기둥도 볼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 안개가 조금 물러나자 낮에 태양빛을 한껏 받아들인 달이 대지를 향해 빛을 뽐내기 시작한다. 그 달빛 아래에서, 타케루와 여월은 달리고 있었다. 점차 벼락 같은 총성이 가깝게 들려오자, 그들은 초조함에 발걸음을 더욱 재촉했다. 조금만 더 뛰면 다다를 수 있다, 하고 타케루는 속으로 연신 되내었다. “그런데, 마을에 도착하면 어떻게 할 생각이죠?” “어떻게 하긴, 도와줘야지! 함께 싸우는 거야!” “하지만....무기도 없는데요?” “ 그..그건….” 순간 타케루는 말문이 막혔다. 진실을 알기 위..

카테고리 없음 2026.03.18

(단편 소설) 최고의 맛을 찾아서 -12화-

Episode 12. 반격.한편, 후리에서는…… “이, 이봐. 자네가 방금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알고 있나?”당황한 기무라가 인상을 찌푸리며 남자를 노려보았다. 총구를 떠난 총알은 사토고로의 귓가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 바닥에 박혀 있었다. 기무라가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남자가 그의 팔을 있는 힘껏 내리쳤기 때문이다. 기무라는 오른팔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쥐고 있던 권총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남자는 주먹을 불끈 쥐고 기무라를 마주 노려보았다. 그의 눈은 사토고로를 살리고자 하는 열의로 불타고 있었다. 꽉 쥔 주먹은 밀려오는 압박감으로 인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으나, 망설임 없는 그의 행동이 사토고로의 목숨을 지켜냈다는 사실에 남자는 내심 안도했다. 본인이 살아있다는 것을 인지한 순간, 사토고로..

카테고리 없음 2026.03.12

(단편 소설) 최고의 맛을 찾아서 -11화-

Episode 11. 은인. 여월과 타케루는 서둘러 산을 올랐다. 어둡고 낯선 길에 눈앞이 캄캄한 타케루는 길을 아는 여월의 손을 놓칠 수 없었다.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미궁과도 같은 산속에서, 여월은 자신을 이끄는 길잡이와도 같았다. 여월은 자신보다 체격이 큰 타케루의 팔을 잡고 끌면서도, 나무에 긁히지 않을까, 맹수가 나타나진 않을까 계속 주변을 경계했다. 타케루는 멍한 표정으로 여월에게 끌려가면서 방금 전 일어났던 일을 계속 곱씹었다. '방금 그놈들은 대체…누구인 거지?' '사토고로 씨는 괜찮을까?... 왜 유키노 씨는 우리를 도망치게 하고 혼자 남은 거지...?'이 혼란스러운 상황과 생각들에, 타케루의 정신 또한 미궁에 빠진 것만 같았다. 크고 작은 바위로 둘러싸인 길을 지날 무렵, 문득 풀이 ..

카테고리 없음 2026.03.04

(단편소설) 최고의 맛을 찾아서 -10화-

Episode 10. 총성. “자네 지금 무슨 짓을 한 겐가?!” 남자가 기겁해서 소리쳤다. “지금 이 자가 계속해서 이 조선인의 얼굴을 모른다고 하고 있어. 감히 천황 폐하의 군인에게 거짓말을 하는 자에게 마땅한 벌을 준 것인데 뭐가 문제지?” 무리의 대장처럼 보이는 사내가, 삐딱하게 선 채로 손에 쥔 사진을 흔들며 답했다. 눈매가 뱀의 혀처럼 길게 찢어져 있고 입이 삐죽 튀어나와 꼭 닭의 부리와도 같았다. 그는 오른쪽 눈에 낀 회갈색 단안경을 신경질적으로 매만졌다. “그렇지만 기무라, 이건….” “이봐. 뭔가 착각하고 있나 본데, 지금 상관은 나고 결정도 내가 한다네. 자네를 믿고 일을 맡겼더니만 오히려 일을 더 벌이고 왔지! 안 그런가? 그 모양이니 나보다 먼저 군에..

카테고리 없음 2026.02.25

(단편 소설) 최고의 맛을 찾아서 -9화-

Episode 9. 긴 밤. 우거진 푸른 수풀이 바람에 흔들린다. 낮에는 새들이 쉬어가며 지저귀던 푸르른 들판이, 밤이 되어 얼핏 고요해진 듯 하지만, 귀를 기울이면 여전히 풀벌레들의 울음소리가 무성하다. 방아깨비와 귀뚜라미들이 풀숲에서 이리저리 뛰어오르는 모습에서, 문득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타케루는 말없이 숨을 들이켰다. 어렸을 적 아버지와 냇가에서 밤낚시를 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도 청명한 밤하늘 아래서 무수한 풀벌레 울음이 그의 귀를 간질였다. 타케루는 좀처럼 물고기를 잡지 못했다. 분명히 잡았다 싶은 순간 달아나기를 반복하니, 가슴이 답답해 괜히 성질이 났다. 아버지는 그를 보고 큰소리로 웃었다. “어떠냐, 타케루. 어렵지? 세상에 쉽게 얻어지는 건 없다. 요리사..

카테고리 없음 2026.02.18

(단편소설) 최고의 맛을 찾아서 -8화-

Episode 8. 가장자리에 놓인 별. 타케루는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 아마 그가 이 방에서 다시 깨어나기까지 한참 쓰러져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마을에서 들은 이야기 또한, 그가 잠을 설치는 데에 한 몫 했으리라. 여월과 유키노가 했던 말이 종을 친 것처럼 은은하게 머릿속에 거듭 울려 퍼졌다. 그들이 겪은 고통, 슬픔, 분노, 그 모든 감정이 하나의 화살이 되어 타케루의 마음에 꽂혔다. 점점 복잡해지는 생각들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싶지는 않았다. 다음 날 아침에 멀쩡히 이 마을을 떠나려면 조금이라도 더 자야만 한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타케루는 우선 엉망으로 얽히고설켜 답답해진 머릿속부터 풀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시원한 밤공기를 마시면 조금은 괜찮아지겠..

카테고리 없음 2026.02.12

(단편소설) 최고의 맛을 찾아서 -7화-

Episode 7. 유키노. “산속이라 그런지 많이 춥네요. 들어가서 주무시지 않으시고요.” 어색한 침묵을 깨고 타케루가 말을 걸었다. “그러는 당신은 안 자고 왜 나온거죠? 이렇게 추운데 밖에 무슨 볼일이 있다고?” 유키노가 오들오들 떨고 있는 타케루를 흘겨보며 차갑게 답했다. 그녀는 산골 추위에는 맞지 않는 얇은 옷을 입고 있었으나, 이런 날씨에 익숙한지 전혀 추운 기색이 없었다. 그녀의 쌀쌀맞은 반문에는 외부인인 타케루를 여전히 경계하고 있음이 묻어났다. “이방인인 저를 쫓아내지 않고 재워주시는 것에 직접 감사를 드리려고 왔습니다.” 그 말에 유키노는 고개를 돌려 타케루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큰 키와 굵은 팔뚝이 그녀의 눈을 들어왔다. “키도 훤칠하고 아직 젊어 보이는 사..

카테고리 없음 2026.02.04

(단편소설) 최고의 맛을 찾아서 -6화-

Episode 6. 여월. ‘잠시만, 그 조선인?’ 타케루는 무언가 떠올린 듯 표정을 살짝 찡그리더니, 고개를 들어 여자의 얼굴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찌푸렸던 표정이 점점 펴지고, 이내 그는 입을 떡 벌린 채 여자를 쳐다보았다. “어? 설마 그…….” “맞아요! 기억하시는군요! 당시에 제가 이름을 밝히지 않아서 기억하지 못하실 법도 한데, 제 얼굴을 알아보시는 군요!” 여자는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큰 목소리로 반가워하다가 이내 ‘앗’하고 손으로 입을 가렸다. “이런,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일본으로 유학 온 대한사람 ‘주여월’라고 해요. 방금 보신 분들은 ‘사토고로’씨, ‘유키노’씨, 그리고 저와 같은 대한인인 ‘박영식’씨에요.” “네. 기억합니다, ‘여월’씨. ..

카테고리 없음 2026.01.28

허거덩!

카페에서 일했을 때 있었던 일화다. 그날은 선임, 나, 그리고 막 들어온 후임이렇게 세 명이 같이 근무하던 날이었다. 나는 선임 눈치를 보면서 일을 배우고 적응해 나가던 중이었고,선임은 일을 진짜 잘하시는데 완전 원칙주의자라 같이 일하면 좀 피곤한 스타일…(이게 무슨 말인지 아는 사람 = 사회생활 오래한 사람)후임은 이제 막 들어와서 눈빛은 초롱초롱한데… 일은 아직 잘 모르는 상태였다. 한창 피크타임,내가 정신없이 일하다가 새 원두를 실수로 전부 쓰레기통에 버려버렸다.버려진 걸 보는 순간"아차!…" 하고 바로 인지한 뒤 반사적으로 선임이 봤나 안 봤나 눈치를 봤다.‘선임이 봤으면, 한숨 + 짜증 + 꾸중 풀코스로 최소 5분...’다행히 선임은 손님 응대 중이라 못 봤다. (휴…)그런데 문제는 내 옆에서 ..

카테고리 없음 2026.01.25

(단편소설) 최고의 맛을 찾아서 -5화-

Episode 5. 리듬을 이루다. 은은한 온기가 타케루의 몸을 감쌌다. 타케루가 천천히 눈을 뜨자, 그는 자그마한 방 안에 홀로 누워있었다. 방에는 살림살이랄 것도 별로 없었다. 단지 탁자 위에 덩그러니 놓인 촛대 하나만이 방안을 주황빛으로 물들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 어떠한 장식도 되어있지 않은, 작고 얇으며 투박한 나무 촛대. 타케루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그는 자신이 쓰러지기 전의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자신을 보고 한 여자가 달려오는 장면이 쓰러지기 전 남은 마지막 기억이었다. 타케루는 그 여인이 자신을 여기로 데려왔으리라고 짐작했다. 타케루는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문밖으로 나가보려고 했다. 하지만 다리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다리 뿐만 아니라,..

카테고리 없음 2026.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