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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최고의 맛을 찾아서 -8화-

자퇴생 2026. 2. 12. 20:58

Episode 8. 가장자리에 놓인 별.
 

 

 

  타케루는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 아마 그가 이 방에서 다시 깨어나기까지 한참 쓰러져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마을에서 들은 이야기 또한, 그가 잠을 설치는 데에 한 몫 했으리라. 여월과 유키노가 했던 말이 종을 친 것처럼 은은하게 머릿속에 거듭 울려 퍼졌다. 그들이 겪은 고통, 슬픔, 분노, 그 모든 감정이 하나의 화살이 되어 타케루의 마음에 꽂혔다. 점점 복잡해지는 생각들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싶지는 않았다. 다음 날 아침에 멀쩡히 이 마을을 떠나려면 조금이라도 더 자야만 한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타케루는 우선 엉망으로 얽히고설켜 답답해진 머릿속부터 풀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시원한 밤공기를 마시면 조금은 괜찮아지겠지.’



  그는 일어나 문을 열고, 새벽녘이 피워내는 선명한 풀 내음을 힘껏 들이마셨다. 타케루의 코를 강타하는 생생한 자연의 향이 그를 조금 진정시켰다.

 

  “하아, 좋네. 이런 곳에 마을이 있을 줄이야. 우연히 여기에서 하룻밤도 묵게 되었고. 여행의 마지막은 상당히 운이 좋다고 할 수 있겠는걸.”

 

  그는 오랜 여행으로 굳은 몸을 풀어주기 위해, 기지개를 켜며 근육을 풀었다. 뻣뻣한 목도 고개를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함께 풀어주었다. 몸이 이완되자, 나른해진 타케루는 이제야 개운하게 잘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타케루가 기지개를 펴던 그 자리에는 타케루 혼자만 있던 것이 아니었다. 그가 목을 풀기 위해 고개를 쭉 아래로 내리자, 조잡하게 만들어진 돌계단 밑에 조용히 앉아있던 누군가가 눈에 들어왔다. 타케루는 뭘 잘못 봤나 싶어 두 눈을 비비더니, 연신 껌뻑거리며 다시 발밑을 보았다.

 

  “에… 뭐야!!!”



  “아…, 저에요, 저 여월이요.”

 

  여월이 쪼그려 앉은 채로 멋쩍게 손을 살짝 흔들어 인사했다. 타케루는 마치 귀신을 본 것 마냥 철렁했던 가슴을 쓸어내렸다. 놀란 심장이 쿵쿵 뛰며 그의 가슴 속을 두들기는 걸 애써 진정시켰다.

 

  “아직까지 안 주무시고 계신 줄은 몰랐어요. 놀라게 해서 정말 죄송해요. 잠이 오질 않아서요….”

 

  “아, 아니에요. 저도 잠이 오질 않았는걸요. 잠깐 밤공기 좀 마시려고 했어요. 하마터면 까무러쳐서 영원히 잘 뻔했지만요.”

 

  타케루는 재미 없는 농담을 하며 여월의 옆에 나란히 앉았다. 그러나 여월은 머뭇거리며 조금 거리를 벌렸다. 그녀는 타케루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저기…, 타케루 선생님. 저한테 말 놓기로 하셨는데, 벌써 잊으셨나요.”

 
  “아뇨? …가 아니라 아니! 전혀 잊지 않았지!”

 

  타케루는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는 듯 말했지만, 그의 부자연스러운 말투가 그러지 않았다는 것을 너무 선명하게 드러냈다. 

 

  “크흠….그, 여월 씨도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편하게 타케루 씨라고 부르는 게 어때? 그게 서로 편하지 않겠어?”

 

  그 말을 들은 여월이 피식 웃었다.

 

  “네, 타케루 씨.”

 

  미소짓는 여월의 귀가 봉숭아 물을 든 것처럼 서서히 붉어졌다. 그녀도 호칭을 갑자기 바꾸는 게 익숙하지 않은 듯 보였다. 



  “사실, 안 주무시고 계셨으면 했어요. 내일 아침 일찍 떠나시잖아요. 더 대화를 나눌 수 없다고 생각하니, 조금 아쉽더라고요. 그렇다고 이렇게 놀래켜드릴 생각은 없었는데….”

 

   여월은 타케루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애썼다. 내심 그와 한 번 더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막상 실제로 마주하니 그녀도 부끄러웠던 것이다. 달빛만이 흐릿하게 비추는 어둠 속에서도 그녀의 수줍은 감정을 알아챈 타케루는 그녀의 바람대로 말을 걸어주었다.

 

  “이런 곳에 마을이 있을 줄은 정말 생각도 못 했어. 이렇게 깊은 산골짜기에서 사람들이 작게나마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하네.”

 

  “아…네.”

 

  “...아, ‘작게나마'라고 해서 전혀 깔보거나 그럴 의도는 아니었어! 다시 생각해도 이런 산골에 어떻게 살고 있는지가 궁금해서… 아, 또 실수해버렸네….”

 

  타케루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말동무를 해주려고 애써서 말을 걸다가,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을 해버린 것 같았다. 그녀는 여전히 고개를 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눈이 점차 어둠에 적응해갈 즈음, 타케루는 그녀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는 걸 보았다. 여월을 울렸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 타케루는 기겁하며 즉시 허리를 굽혀 사과했다.

 

  “미안! 고의로 그런 것은 절대 아니었어! 한 번만 용서를….”

 

  “큽…”

 

  “저…여월아?”

 

  “푸흡…하하하하!”

 

  여월은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뜨렸다. 타케루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서, 허리는 여전히 숙인 채 얼굴만 들고 여월의 반응을 살폈다. 여월은 계속해서 배를 잡고 웃더니,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 말했다.

 

  “후… 아니에요. 사과하지 않으셔도 돼요. 사실은……”

 

  “사실은?”

 

  여월이 말을 하다 말고 ‘아차’하고 깜짝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

 

  “또 말실수할 뻔했네요. 타케루 씨 같은 분은 오랜만이라 또 경계심이….”

 

  “아, 비밀이라면 굳이 말할 필요 없어. 궁금하지도 않으니까. 어쨌든… 내 말에 기분 상하진 않았다는 거지?”

 


  “네, 그럼요! 하지만 이대로 얘기를 끝내기는 아쉬우니까, 음… 나중에 ‘때’가 오면 그때 말씀드릴게요!”

 

  타케루는 주춤주춤 다시 허리를 펴고 자리에 앉아 여월을 마주 보았다. 

 

  “‘때’가 온다는 것은….”

 

  새벽 4시. 점차 서쪽으로 넘어가는 달빛이 은은하게 여월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달빛에 비친 여월의 미소가, 묵직한 밤의 어둠을 몰아내며 스스로 빛나는 듯 했다. 그 따스한 웃음이 새벽의 추위도 잊게 해주는 것만 같았다. 벌써 봄이 왔나, 타케루의 머릿속에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쳤다. 

 

  “모든 일이 잘 마무리되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그 ‘때’ 말이에요!”

 

  잔잔한 바람이 불었다. 달의 숨결과도 같이 부드러운 그 바람이, 여월의 머리칼을 가볍게 훑고 지나갔다. 곱게 빗은 머리카락이 흩날려 그녀의 이마를 덮었다. 타케루는 무심코 숨을 멈추었다.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듯, 타케루는 여월의 머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여월의 곱절은 되어보이는 타케루의 거친 손이 그녀의 매끄러운 머리결에 닿았다. 그는 조심스레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주었다. 달빛이 흐붓하게 둘을 비추고 있었다. 



 “그래, 그때 꼭… 다시 얘기해주렴.”





.....계속




작가: Mesh
편집자: 한투한 번역기, 자퇴생

ㅡ편집자의 말: 타케루 너 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