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3. 영식.
별빛이 난데없는 소란에 놀란 듯 어지러이 밤하늘을 밝혔다. 시야를 가리던 안개가 조금씩 옅어져, 이제는 수 리 앞의 나무 기둥도 볼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 안개가 조금 물러나자 낮에 태양빛을 한껏 받아들인 달이 대지를 향해 빛을 뽐내기 시작한다. 그 달빛 아래에서, 타케루와 여월은 달리고 있었다. 점차 벼락 같은 총성이 가깝게 들려오자, 그들은 초조함에 발걸음을 더욱 재촉했다. 조금만 더 뛰면 다다를 수 있다, 하고 타케루는 속으로 연신 되내었다.
“그런데, 마을에 도착하면 어떻게 할 생각이죠?”
“어떻게 하긴, 도와줘야지! 함께 싸우는 거야!”
“하지만....무기도 없는데요?”
“ 그..그건….”
순간 타케루는 말문이 막혔다. 진실을 알기 위해서, 그리고 유키노 아주머니를 구하기 위해서 무턱대고 돌아가겠다고 했지만, 생각해 보면 무기도 없는 그들이 싸움에 큰 도움이 될 리가 없었다. 맨몸으로 총알이 빗발치는 한가운데에 뛰어들어간다는 건 자살 행위였다.
별다른 대답도 못 하고 계속 내려가던 타케루에게, 문득 작은 불꽃이 눈에 띄었다. 다홍색의 그 불꽃은 미약했지만 더없이 포근하고 온화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강한 기운이 그 작은 불꽃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타케루는 홀린 듯 그 불꽃을 바라보았다. 따스한 기운이 다가와 그를 감싸고, 몸에 쌓인 피로를 부드럽게 녹여 주는 듯했다. 타케루는 그저 멍하니 불꽃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불꽃이 일렁이더니 거세게 타올랐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불길이 타케루의 정신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타케루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정신을 차린 그가 앞을 보니,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타케루는 멈춰서서 나무와 불꽃을 번갈아 바라봤다.
“타케루 씨! 타케루 씨!”
여월이 목청껏 타케루를 불렀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타케루는 돌아보지도 않고 다시 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타케루 씨, 뭐 하시는 거예요? 불렀는데 대답도 없으시고. 갑자기 멈춰 서시질 않나….”
앞서가던 여월의 질문에, 타케루는 조용히 손가락을 들어 불꽃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아까 네가 했던 질문의 답. 아마 저 길을 따라가면 나오지 않을까?”
어리둥절한 여월이 타케루의 손가락을 시선으로 따라가니 정체를 알 수 없는 불꽃이 보였다. 그 불꽃을 유심히 바라보던 여월의 동공이 점차 커졌다.
“여… 여, 여우불? 말도 안 돼.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니었어?”
놀라서 걸음을 멈춘 여월과 달리, 타케루는 이미 불꽃이 있는 곳을 향해 성큼성큼 내려가기 시작한 상태였다.
“아니지… 진실된 사람 앞에서 나타난다고 했으니까 세계 어느 곳에서든 나올 수 있는 건가.... 아무튼, 내가 여우불을 실제로 보게 되다니! 보고도 믿기지 않아….”
한참을 중얼거리던 여월이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아니지, 아니지. 지금은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야. 어서 빨리 내려가야 해.”
방향을 틀어 불꽃을 향해 달려가는 타케루에게 여월이 크게 외쳤다.
“타케루 씨! 조심하세요! 절대 다치시면 안 돼요!”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타케루가 고개를 돌리더니 웃으며 자신 있게 엄지를 들어 보였다. 어두운 산속이었던지라 여월에게는 타케루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지만, 어쩐지 그가 무사할 것이라고 믿을 수 있었다.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마음속에서 점점 커지던 어두운 불안을, 새벽에 뜨는 해처럼 몰아내버린 그 불꽃을 보았기에. 그리고 그 불꽃이 타케루를 이끌고 있음을 알았기에. 유키노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 여월과 의문의 불꽃을 쫓아가는 타케루. 총소리가 울리는 싸움터를 앞두고, 둘은 각자의 길을 따라 나아갔다.
***
여월과 타케루를 떠나보낸 자리에는 여전히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짙은 어둠이 자리했다. 유키노는 마치 산에 녹아든 것처럼 자연스럽게 무성한 나무들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하늘이 도우시는지, 아직 완전히 걷히지 않은 안개와 어둠 덕분에 발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유키노 또한 적들을 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어디서 적들이 나타날지 전혀 알 수가 없었기에, 온 신경을 두 귀에 집중하여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유키노는 문득 그녀가 숨어 있는 산 고개 너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타케루와 여월은 안전하게 도망쳤을 것이다. 하지만 사토고로는.......
“여보.....”
애써 억눌렀던 눈물이 결국 쏟아지고야 말았다. 하릴없이 흐르는 눈물이 유키노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남편을 도우러 가겠다던 타케루를 가로막았을 때 들렸던 첫 번째 총성, 그리고 잠시 뒤 들린 두 번째 총성. 유키노는 그 두 번째 총성을 듣자마자 사토고로의 죽음을 확신했다. 그녀의 숨이 턱 막혔다.
돌무더기가 가득한 자리에 무너지듯 주저앉은 유키노는, 손으로 땅을 짚고 발로 돌을 차며 도망치듯 뒤로 물러났다. 얼마 못 가 나도밤나무 한 그루가 유키노의 등에 부딪혔다. 그 충격에 그녀의 허파에서 숨이 헉 하고 빠져나오고, 톱날 같은 큰 이파리가 고개를 깊이 숙여 그녀의 눈앞을 가렸다. 숨가쁘게 손을 휘둘러 앞을 가린 나도밤나무 잎을 치워 버렸으나 보이는 것은 없었다. 그녀의 입이 바짝 말랐다. 무심코 삼킨 침조차 가시가 넘어가는 것처럼 쓰라렸다. 열도의 북쪽,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의 영하에 달하는 바람보다도 서늘한 공포가 그녀의 몸을 에워쌌다.
'죽고 싶지 않다. 도망쳐야 한다. 더 깊은 산속으로…...'
본능이 질러대는 비명이 그녀의 머릿속을 채웠다. 하지만 안개 속에서 싸늘하게 누워 있을 사토고로를 생각하면 차마 본능에 굴복해 도망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유키노가 본능과 이성 사이에 갇혀, 나아가지도 도망치지도 못하고 주저앉아 있던 그때.
“이봐요 아주머니, 왜 그렇게 멍하니 굳어 있어?”
누군가 유키노의 등 뒤를 툭 쳤다. 유키노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빠르게 일어나 물러났다. 묵으로 그린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두꺼운 눈썹에 눈 밑에 짙은 눈그늘이 있는 어느 건장한 사내가 유키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이쿠, 이렇게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박…영식?”
유키노가 깜짝 등장한 영식을 보고 무어라 말하려는 순간, 영식이 자신의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인사는 나중에 하고, 일단 귀 좀 기울여 보셔.”
그 말에 유키노는 입을 다물고 소리에 주의를 집중했다. 귀를 기울여 보니, 부산스러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적들이 총칼을 들고 온 마을을 헤집어놓고 있는 소리였다. 겁을 주려는지 잠겨 있지도 않은 방문을 세게 걷어차는 소리, 서로에게 윽박지르며 보고하고 지시하는 소리가 그들의 귀에까지 와 닿았다. 놈들의 목소리에는 당혹감이 선명하게 묻어나왔다. 아무리 작은 마을이라고 해도 열 명 정도는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단 한 사람도 더 발견되지 않았으니 어지간히 당황했으리라. 여전히 마을 안에서만 들쑤시고 다니는 걸 보면, 누군가 도망가는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음이 분명하다.
“이야, 근데 연습한 적도 없는데 기가 막히게 집합 장소를 찾아왔네. 누군가 쳐들어오면 이곳에 숨자고 하길래 농담인 줄 알았는데.”
영식이 작은 나뭇가지에 걸린 녹색 끈을 태연하게 잡아당기며 말했다.
“지금 그렇게 여유롭게 감탄이나 할 때야? 사토고로.... 내 남편이 총에 맞았다고! 내 남편, 그이는 이미.....”
“나도 알아. 알고 있다고. 안타깝고 분한 일이지. 하지만 사토고로 아저씨의 희생을 헛되게 만들 수는 없잖아. 안 그래? 힘들겠지만, 지금 가장 정신을 차려야 할 사람은 바로 아줌마라고.”
“허! 참나 어이가 없네. 누가 정신을 못 차렸다고? 그렇게 긴장 빼고 있다가 쓸데없이 죽지나 마!”
유키노는 열불이 끓어오르는 듯했다. 이유라면 평소에 진지함 따윈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던 박영식이 그녀에게 정신 차리라고 잔소리를 한 것이 첫 번째, 그리고 아무리 정신을 차려봐도 둘이서 저 놈들을 상대할 방법은 떠오르지 않는다는 게 두 번째였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태연하게 말하는 영식을 보니, 묘하게도 약간은 안도감이 들었다. 내일 하늘이 무너진다고 해도 일단 밥부터 먹고 생각해 보자고 너스레를 떨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영식이었던 것이다.
영식은 20대 중반의 젊은 사내로 일본에 온 지는 대략 3년밖에 되지 않았다. 영식의 아버지는 그가 3살이 되던 해에 돌아가셨고, 가난했던 어머니는 그를 더 이상 키울 형편이 되지 않자 산에다 버리고 도망쳤다. 고아가 된 그는 천운이 따랐는지 그 산에서 사냥하던 이름 모를 포수에게 거두어졌다. 그렇게 사냥꾼의 양아들이 된 영식은 총 쏘는 법부터 시작하여 사냥감의 흔적을 쫓는 기술과 눈에 띄지 않게 몸을 숨기는 기술, 그리고 적당한 사냥감을 한눈에 알아보는 요령을 배웠다. 그렇게 십 수년이 흐르고 그는 포수의 아이로서 자라났지만, 마음 한켠엔 더 넓은 세상을 배우고 싶다는 호기심의 불씨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사냥감을 팔고 남은 돈으로 어렵게 책을 구해서 서구의 학문을 배우기 시작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서양의 기술과 세상이 돌아가는 정세에 대한 관심은 커져만 갔다. 하지만 영식은 학문을 배우는데 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결국 그는 21살이 되던 해 양아버지로부터 독립하여 일본으로 떠났다. 일본에서 사토고로, 유키노 부부를 만난 것도 그즈음이었다.
“됐고, 이거나 받으셔. 싸우려는 사람이 무기가 없어서 쓰나.”
영식이 유키노에게 소총 한 자루를 건네주었다. 유키노는 즉시 소총을 견착하고 안개 속을 향해 겨누었다.
“그런데 여기선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쏠 수가 있겠어? 그렇다고 무턱대고 안개 속으로 들어가도 우리 둘 다 죽은 목숨이야. 보니까 6~7명 정도인 것 같은데, 적이 생각보다 많아.”
영식이 안개 속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흐릿한 그림자들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유키노의 눈으로는 정확히 몇 명인지까지는 가늠하기 어려웠다. 중요한 건 적들이 접근하고 있다는 것. 유키노와 영식은 서둘러 자리를 잡고 사격할 준비를 했다. 유키노보다 한 걸음 뒤에 자리한 영식은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린 유키노를 흘깃 바라보고는, 잠시 고민하더니 작게 속삭였다.
“잠깐만. 내가 신호할 때까지 쏘지 말아 봐.”
유키노는 영식의 말을 듣고 방아쇠에서 손가락을 떼었다. 아무리 예의를 밥 말아 먹었어도, 포수의 밑에서 20년 가까이 지낸 영식이기에 총 쏘는 일에서만큼은 인정해 줄 수밖에 없었다.
“놈들은 지금 우리를 찾고 있는 거야. 안개가 조금 걷히긴 했지만, 이런 안개가 익숙하지 않다면 여전히 한 치 앞도 가늠하기 어렵겠지. 저놈들 하는 걸 보면 익숙하지 않은 게 분명하고."
영식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옆에 있는 동료가 갑자기 어디서 쏜 지도 모르는 총알에 맞아 픽 쓰러진다면, 아주 소스라치게 놀라겠지?”
영식이 호흡을 가다듬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렸다.
“유키노 씨. 내가 먼저 한 놈한테 총을 쏠 거야. 한 명만 잡으면, 나머지는 겁에 질려서 웅크리고는 총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열심히 쏘아대겠지. 그때 조용히 옆으로 돌아가서 놈들 뒤통수를 날려버려. 할 수 있지?”
유키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침을 꿀꺽 삼키며 정면을 응시했다. 그림자들이 점차 가까워졌다. 몇 초간의 정적이 흐른 뒤, 영식은 방아쇠를 천천히 당겼다.
난데없는 총성과 함께 한 병사가 단말마를 내뱉으며 쓰러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죽음. 총소리를 듣자마자 기겁한 병사들은 황급히 자세를 낮추었다. 동료가 죽었다는 걸 확인한 그들은 경악했다. 영식의 예상대로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총알이 날아와 자기 머리를 날려 버릴 수 있다는 공포에 놈들은 우왕좌왕하며 다급하게 엄폐물을 찾았다.
"저, 저격수다! 엄폐, 빨리 엄폐해!"
그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안개 속에서 또다시 총성이 울렸다. 병사들은 총소리가 나는 곳을 향하여 총구를 겨누고 연거푸 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두운 밤, 안개가 끼어 총구의 불꽃마저 보이지 않았다. 대략적으로 방향만을 알 뿐, 적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몇 명이 사격을 가하고 있는 것인지조차도 파악하지 못한 채, 병사들은 몸을 숨기고 허공에 총알을 낭비하고 있었다.
“젠장할...... 이렇게 우물쭈물하다간 하나씩 차례차례 당할 뿐이다! 모두 한 번에 안개를 뚫고 가면 놈들도 당해낼 수 없을 거야! 가자!”
이래서는 결국 다 죽을 거라고 느꼈는지, 한 병사가 엄폐물에서 빠져나와 돌진했다. 달려가는 와중에 그는 잠시 고개를 뒤로 돌렸다. 안개로 인해 시야가 좁은 상황에서도, 아무도 그를 따라 뛰쳐나오지 않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분노와 두려움에 차 그는 악을 썼다.
“이런.... 비겁한 자식들! 니들이 그러고도 군인이냐! 젠장할!”
이제 와서 멈칫하면 좋은 표적이 될 뿐이기에, 그는 최대한 빨리 다른 엄폐물로 뛰어가려 했다. 그러나 다시 앞으로 고개를 돌리던 그의 눈이,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것만 같은 눈빛과 마주쳤다. 자신을 정확히 겨누고 있는 여인의 서늘한 눈빛을. 달려가던 그의 몸이 순간 굳었다. 차갑고도 맹렬한 분노로 타오르는 그 눈빛에 병사는 소름이 돋았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총을 겨누기 위해 몸을 돌렸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총성과 함께, 그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고꾸라졌다.
“이봐 코가! 어떻게 됐나! 코가! 코가!”
총소리를 들은 동료들이 그를 향해 목청껏 소리쳤다. 그가 떠난 방향은 총성조차 멎은 채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안개 속으로 사라진 동료를 향해 다시 한 번 소리쳤지만, 여전히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그들은 불안한 시선을 교환하고는, 숨을 죽이고 최대한 자세를 낮춘 채 그 방향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려고 했다.
그 순간, 한 발의 총알이 옆에서 날아와서 한 명을 고꾸라뜨렸다. 그 소리가 신호인 것처럼 앞에서도 다시 총알이 날아와 정확히 머리를 꿰뚫자, 그들은 완전히 전의가 꺾여 후퇴하기 시작했다.
“옆에도 적이다! 빠, 빨리 마을로 물러나! 집 뒤에 몸을 숨겨!”
한순간에 사냥감이 되어 버린 그들은, 몇 명의 동료들이 더 쓰러지는 것도 무시하며 허둥지둥 도망치기 바빴다. 잠시 후, 총성이 멎자 안개 속은 다시 고요해졌다. 더 이상 다가오려는 적이 보이지 않자 다시 합류한 영식과 유키노는 작전을 바꿨다.
“아직 남은 놈들이 더 있어. 좀 있으면 안개가 걷힐 것 같은데. 마을 지리는 우리가 더 잘 알고 있으니, 뒤에서 기습해 마무리 지어버리자고.”
“흠… 너무 성급한 판단 같은데. 흥분을 좀 가라앉혀. 그렇게 들어갔다간 죽는 건 우리가 될 거야.”
유키노가 이를 꽉 깨물었다. 직접 몇 명을 쏴 죽였지만 그녀의 분은 풀리지 않았다. 유키노는 자신의 손으로 사토고로의 복수를 하고 싶었다. 사토고로를 죽인 그놈의 머리에 구멍을 내주고 싶었다. 그녀는 떨리는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고,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 가지런히 그 자리에 두었다.
“뭐야, 신발은 왜…?”
그의 질문에 유키노가 길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신발 소리 때문에 적들에게 들킬 수 있으니까. 우리가 어디 있는지 가늠조차 못 하게 해야 하지 않겠어?”
그녀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는 듯 몸을 돌려 움직이기 시작했다. 영식은 그녀의 돌발 행동에 어처구니없어하면서도 제지하진 않았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안개가 걷히기 전에 위치를 옮겨야 했다. 영식은 피식하고 미소를 지었다. 생각보다 기력이 넘치는 유키노의 모습에 안심이 되었다.
‘처음부터 밝게 다가가기 작전이 통한 건가!’
자신의 접근법이 성공했다는 데에 내심 뿌듯함을 느끼며, 영식은 굳은 무릎을 풀어 주었다.
아직도 5명 정도 남았다. 상황을 보아하니 적을 지휘하고 있는 자가 죽은 것 같지는 않았다. 안개가 사라지면 모든 것이 다 드러날 것이다. 정확한 적의 수도, 적의 대장이 누구인지도, 그리고 사토고로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물론, 그들의 위치도 함께 드러나게 되리라. 영식은 어깨에 총을 메고 유키노를 쫓아갔다.
‘우리 둘이서 마무리 지어야 해. 최대한 빨리.’
.....계속
작가: Mesh
편집자: 한투한 번역기, 자퇴생
작가의 말: 전 해결사 같은 캐릭터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편집자의 말: 박 영시기 살아 있읐나>?
편집자2의 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냥꾼이 강하다는 건 상식입니다. 반박하신다면 무지개 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