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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 최고의 맛을 찾아서 -11화-

자퇴생 2026. 3. 4. 17:30

Episode 11. 은인.

 




여월과 타케루는 서둘러 산을 올랐다. 어둡고 낯선 길에 눈앞이 캄캄한 타케루는 길을 아는 여월의 손을 놓칠 수 없었다.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미궁과도 같은 산속에서, 여월은 자신을 이끄는 길잡이와도 같았다. 여월은 자신보다 체격이 큰 타케루의 팔을 잡고 끌면서도, 나무에 긁히지 않을까, 맹수가 나타나진 않을까 계속 주변을 경계했다.

타케루는 멍한 표정으로 여월에게 끌려가면서 방금 전 일어났던 일을 계속 곱씹었다.


'방금 그놈들은 대체…누구인 거지?'

'사토고로 씨는 괜찮을까?...  왜 유키노 씨는 우리를 도망치게 하고 혼자 남은 거지...?'

이 혼란스러운 상황과 생각들에, 타케루의 정신 또한 미궁에 빠진 것만 같았다.

크고 작은 바위로 둘러싸인 길을 지날 무렵, 문득 풀이 바스락거리던 소리가 멈췄다. 여월에게 붙들려 가던 타케루가 제자리에 멈추어 선 것이다. 그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뭐 하시는 거예요! 벌써 지치셨어요? 어서 가야 한다니까요!”
 

  여월이 급하게 두 손으로 타케루의 굵은 팔을 잡아당겼지만, 그는 뿌리박힌 돌덩이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럴 시간이 없어요! 빨리 후리까지 가야…!”
 

  타케루는 결심한 듯 단호하게 여월의 손을 뿌리쳤다. 모든 사실이 미궁 속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미궁을 빠져나가는 것이 아닌 파고들어가야만 했다.  그는 여월을 바라보며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솟아오르는 두려움을 투지로 바꾸려는 듯 꽉 다문 그의 턱이 파르르 떨렸다. 자신의 행동이 그녀에게, 아니 마을 사람까지 포함한 모두에게 민폐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녀의 손을 뿌리칠 수밖에 없다는 자책감에 타케루의 속이 아렸다.
 

  “타케루씨!”
 

  그녀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미안. 분명 여기서 일어난 일들을 궁금해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방금 일어난 일을 보니 도저히 그냥 지나갈 수는 없을 것 같아. 있잖아, 나 다시 돌아가 보면 안 될까?”


  그 말을 듣자마자 타케루의 팔을 잡고 있던 그녀의 작은 손이 미세하게 떨리더니 곧 힘없이 떨어졌다. 여월은 입술을 깨물며, 손의 떨림을 감추기 위해서 양손으로 팔짱을 꼈다.
 

  “돌아가면….”
 

  여월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사실 그녀는 이미 어느 정도 포기했다. 이제 와서 타케루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납득하고 있었다. 최고의 음식을 찾는다는, 그만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홀몸으로 온 일본을 가로지른 사내였다. 여월은 타케루를 붙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붙잡고 싶었다. 유키노와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었다. 둘이 도망칠 시간을 벌어 준 사토고로의 희생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리고, 타케루가 해를 입을까 두려웠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말로 그를 설득하는 것뿐이었다.
 

  “돌아가면… 당신이 뭐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아요? 유키노 씨가 한 말 잊었어요? 저희는 이 산을 넘어서 후리로 가야 한다고요! 저희의 일에 대해서 쓸데없이 오지랖을 부리지 마세요! 그저 요리사일 뿐인 당신이, 돌아가 봤자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오히려 남은 분들의 싸움에 방해만 된다고!”
 

  여월의 외침에 검은 낙엽들이 놀란 듯 하나둘 떨어져 바위에 내려앉는다. 길인 듯 길 같지 않은, 바위들이 만든 틈 사이에서 그들은 서 있었다.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을 표시해 놓은 듯 낮게 뻗은 나뭇가지에 흰색 천이 묶여 있었다. 여월은 그 천을 힐끔 올려다보았다. 그 천을 따라 계속 가다 보면 거대한 구렁이가 터놓은 듯한 고개가 나오고, 그 입구에 작은 오두막이 있다. 주변에 있는 소나무로 급하게 지어서, 세월이 지나며 벽과 지붕이 쩍쩍 갈라져 마치 버려진 것처럼 보이는 그 오두막. 전리 사람들에게 소식을 받고 전하기 위해 후리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항상 그 오두막을 지키고 있다. 여월은 서둘러 가서 사태를 알리고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 그러니 한 시라도 빨리 움직여야 하는데….
 

  “나는, 나를 구해 준 은인을 저버릴 수 없어. 후리로 간다고 했었지. 그럼 최소한 전리에 남은 사람들을 후리로 대피시키는 것만이라도 도울 수는 없을까?”
 

  여월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강경하게 말을 해 보았자 그의 마음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타케루는 돌아가기를 원했고, 그 의지는 밤을 새어 초췌해진 얼굴에서도 불타는 눈빛을 통해 선명히 드러났다. 그녀는 타케루를 향해 몇 발자국 다가갔다. 그녀가 발을 내딛을 때마다 낙엽의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둘 사이의 침묵을 채웠다. 이윽고 타케루 앞에 선 여월이, 그의 양손을 꼭 쥐었다.
 

  “하...그럼 저도 갈게요.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 혼자 보내요, 또 산속에서 길 잃고 쓰러지면 어떻게 하려고.”
 

  그녀는 애써 입꼬리를 끌어올렸지만,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여태까지 침착한 척 했지만 그녀의 걱정은 더 숨기기 어려울 만큼 부풀어올랐다. 희미하지만 날카로운 총성이 다시 한 번 들린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타케루의 이성이 끊어지는 듯했다. 가슴속엔 그들을 향한 분노가 몸부림치고 있었다. 타케루는 참을 수 없었다. 여월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곧바로 뒤돌아서 어둠이 드리운 숲속을 뛰어내려갔다.
 

  “어차피 이 정도 소리면 오두막까지 들렸을 거예요! 타케루 씨, 내려가면서 잘 들으세요!”
 

  “아무리 급해도 귀는 열려 있어! 말만 하…엇!”

 
  서둘러 내려가던 타케루가 나뭇가지에 발이 걸려 휘청거렸다. 결국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는 자갈이 깔린 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 다행히 손바닥과 팔뚝이 먼저 바닥에 닿아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손이 바닥에 쓸리면서 상처가 났다. 서둘러 일어선 타케루는 옷자락을 찢어 상처가 좀 더 심한 오른손에 붕대처럼 감았다. 뒤를 돌아본 여월이 외쳤다.

 
  “다시 내려갈 때 이걸 명심해요. 첫째, 내려갈 땐 제가 먼저 간 길로 뒤따라 올 것. 둘째, 도착도 하기 전에 부상자가 되지 않을 것.”
 

  타케루는 고개를 끄떡인 후, 한층 조심스러워진 발걸음으로 여월을 따라 내려갔다.
 
  “타케루 씨, 앞 잘 보면서 들으세요. 맨 처음에 사토고로 씨가 낸 비명은 저희를 위한 경고였어요. ‘침입자가 왔으니 모두 경계태세를 갖추고 후리에 이 상황을 전파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죠. 언젠가 이런 날이 올 때를 대비해 저희끼리 대비책을 세워 놓았거든요.”
 

  “아, 그래서 유키노 씨가….”
 

  타케루는 여월의 뒤를 바싹 쫓아갔다. 한시라도 빨리 내려가야 하는데, 어둠과 수풀로 인해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답답하기만 하였다. 하지만 이 이상 속도를 내게 된다면 크게 다칠 수 있다는 것을 그도 알았다. 길을 잘 아는 여월의 속도에 맞추어, 손에 닿는 나뭇가지들을 지지대 삼아 잡고 내려가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래도 사토고로 씨의 희생이, 마을 사람들이 피할 틈을 만들어 준 게 다행이네. 혹시 그분들도 후리로 향하는 거야?”

 
  “어…, 그건….”

 
  여월이 갑자기 가던 길을 멈추고 우뚝 섰다. 타케루는 속도를 급히 줄였다. 그녀와 거리를 약간 벌려서 가고 있지 않았더라면 부딪혔을 것이다. 


  “혹시 나를 기다려주고 있는 거라면 좀 상처인데. 이래 봬도 잘 따라가고 있단 말이야.”

 
  딱딱한 분위기를 조금 풀어보려 타케루가 농담을 던졌다. 여월이 뒤를 돌아, 자신의 바로 뒤까지 내려온 타케루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 타케루 씨. 혹시 제가 나중에 때가 오면 말씀드린다고 한 거, 기억하세요?”

 
  “어어, 기억하지. 근데 지금은 빨리...”
 

  타케루가 의아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가야 할 길과 그녀를 번갈아 바라보며 재촉했다. 여월은 인상을 찌푸린 채, 당장이라도 먼저 뛰쳐나갈 것만 같은 타케루의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타케루 씨, 지금이 그 ‘때’인 것 같아요.”

 
  타케루는 순간 고개를 돌려 여월을 바라보았다.

 
  “어… 그 ‘때’는 모두가 행복해지는 순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어? 지금은 분명 그런 순간이 아닌 것 같은데…”

 
  타케루가 고개를 갸웃하며 잡힌 옷자락을 뿌리치고 계속 나아가려 하자, 여월은 포기하지 않고 타케루를 앞지른 후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조급해진 타케루가 다시 그녀를 재촉하려 했으나, 여월은 그가 말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

 
  “일단 지금은 제 말을 잘 들으세요. 타케루 씨가 이곳에서 본 마을 사람들은 저를 포함하여 총 네 명이죠. 맞나요?”
 

  말문이 막힌 타케루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타케루 씨가 알아야 할 것은, 전리의 주민이 이 네 명이 전부라는 사실이에요. 그리고 모두 무기를 가지고 있으며, 싸울 줄 아는 정예 인원들이죠.”
 

  여월이 잠시 말을 멈추고 타케루의 반응을 살폈으나, 타케루는 입을 열지 않았다. 미간을 찌푸린 채 방금 들은 말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뿐이었다.
 

  “그 마을은 어찌 보면 함정이에요. 가짜 마을이죠. 들켜도 전혀 문제가 없는.”

 
  총성이 수차례 더 들렸다. 산 중턱에서 들은 총성과 다르게 그 울림이 컸다. 여월은 그 소리를 듣고, 작게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다.

 
  “두 번째 총성까지는 걱정했어요. 혹시나 싸워보지도 못하고 당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이제는 확신해요. 그분들이 마냥 당하고만 있지는 않다는 걸요.”

 
  여월은 전리의 전우 세 명이 아래에서 적과 싸우고 있다고 믿었다. 그녀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았다. 지금 여월을 움직이는 건, 그들을 도와야 한다는 동료애였다.
 
  “아니... 마을 사람들이 아무리 무장을 하고 있다지만, 단 셋이서 적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여우불이라도 나타나서 도움을 주지 않는 이상은...”
 
  기대와 염려가 섞인 타케루의 말을 들은 여월이, 단호하게 말했다.

 
  “타케루 씨, 후리에서는 약한 사람들에게 일을 맡기지 않아요.”





.....계속




작가: Mesh
편집자: 한투한 번역기, 자퇴생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집자의 말: 타케루 왈 궁금한건 못 참아~ ,
뭐야 힘을 숨긴 마을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