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단편 소설) 최고의 맛을 찾아서 -12화-

자퇴생 2026. 3. 12. 18:33

Episode 12. 반격.





한편, 후리에서는……




  “이, 이봐. 자네가 방금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알고 있나?”


당황한 기무라가 인상을 찌푸리며 남자를 노려보았다. 총구를 떠난 총알은 사토고로의 귓가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 바닥에 박혀 있었다. 기무라가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남자가 그의 팔을 있는 힘껏 내리쳤기 때문이다. 기무라는 오른팔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쥐고 있던 권총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남자는 주먹을 불끈 쥐고 기무라를 마주 노려보았다. 그의 눈은 사토고로를 살리고자 하는 열의로 불타고 있었다. 꽉 쥔 주먹은 밀려오는 압박감으로 인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으나, 망설임 없는 그의 행동이 사토고로의 목숨을 지켜냈다는 사실에 남자는 내심 안도했다.


본인이 살아있다는 것을 인지한 순간, 사토고로는 꼿꼿이 피고 있던 허리의 힘이 풀려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그는 몇 번의 기침과 함께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습기를 머금은 흙냄새와 피가 흐르는 입술에서 느껴지는 비릿한 쇠 맛이 그가 살아있음을 상기시켜주었다.


기무라는 오른팔을 몇 번 주무르고는 아무 말 없이 떨리는 손으로 권총을 주웠다. 그리고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자신을 방해한 남자의 멱살을 꽉 움켜잡았다.


  “내 말 안 들리나? 네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고 있냐고 묻잖아!!”


  잠시 숨을 고르며 기무라를 내려다보던 남자는, 멱살을 쥐고 있는 기무라의 팔을 역으로 붙잡았다.


  “자네라면 겨우 5초도 기다리지 않을 거라 예상했지. 역시나 비열하구만.”


  남자가 작은 기합과 함께 힘을 주자 기무라의 팔이 맥없이 멱살에서 떨어져나갔다.


  “이 개자식! 이, 이거 안 놔!”


  기무라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팔을 뿌리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남자의 힘에는 당해낼 수 없었다.


  “미안하지만 자네에겐 이 자를 사살할 권리가 없어.”


  남자가 기무라의 팔을 내팽겨쳤다. 잠시 휘청거리던 기무라는 굴욕과 분노로 작게 육두문자를 내뱉었다. 그의 입술이 눈에 띄게 떨리고 있었다. 겨우 자세를 바로잡은 기무라는 악에 받쳐 남자에게 소리쳤다.


  “총소리를 오랜만에 들어서 정신이 나갔나? 거기, 네놈 눈썹에 있는 상처도 총을 쏘다 생긴 거였지. 안 그래? 천하의 대일본제국 군인이 그런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상처를 입다니, 수치도 이런 수치가 다 있나!”


어떻게든 남자를 깎아내리려는 듯, 기무라는 애써 입꼬리를 끌어올려 조소를 지었다.


  “생각해 보니 네놈은 임무를 나가서 총을 사용한 적이 거의 없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매번 작전에 실패하는 게 아닌가!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서라면 거리낌 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어야지, 승려도 아니고 말이야! 그럴거면 차라리 머리 깎고 절에나 쳐박혀 있지 그래!!”


  기무라는 침까지 튀겨가며 열변을 토했다. 분노에 못 이겨 파르르 떨리는 입술이 기무라가 얼마나 동요했는지 보여주었다. 남자는 방금 들은 모욕을 익숙하게 귀로 흘리며 대꾸했다.


  “기무라, 나는 여기 쓰러져있는 사내에게 동정심이라든지 그런 걸 느껴서 자네를 막은 게 아니야. 단지 이렇게 일을 처리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되어서 그런 거지.”


  “닥쳐! 이 게으르고 불충한 조선인 같은 놈,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테다!”

 
  남자의 대꾸는 기무라의 화를 더 돋구었다. 그가 말한 내용은 기무라의 귀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남자가 자신의 명령에 대놓고 반항했다는 굴욕감과, 한참 밑으로 여겼던 남자의 힘에 밀렸다는 수치스러움이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기무라는 어떻게 이 남자를 처벌할 수 있을지 구실을 짜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잠시만, 조선인?”


  문득 기무라의 가느다란 눈이 번쩍 뜨였다. 그는 먹잇감을 찾은 여우처럼 남자를 응시했다. 점점 안개가 옅어지는 가운데, 남자는 순간 기무라의 눈이 붉게 빛나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기무라는 두 손으로 얼굴을 덮은 채 피곤하다는 듯 마른 세수를 하다가, 그대로 고개를 젖혀 큰 소리로 웃었다.


  “하하하! 미안, 미안. 갑자기 재밌는 이야기가 생각나서 말일세.”

  기무라는 낄낄거리며 걸어가 남자의 어깨에 살포시 손을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그의 귀 옆으로 입을 가져다대고 속삭였다.


  “1901년 칠석. 도주하던 조선인을 놓친 한 군인이 있었지. 아니, 정확히는 ‘놓아준’ 군인.”

  남자는 그 말을 듣자마자 무심코 침을 꼴딱 삼켰다. 몸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지만 눈빛은 조금씩 흔들렸다.


  “처음에는 단순히 놓친 줄로만 알았지만, 최근에 얻은 제보에 따르면 그 군인이 우리가 찾던 조선인을….. ‘놓아주었다’더군. 제보자가 말하기를, 쌀 두 가마니도 거뜬히 들어올릴 덩치에 걸맞지 않게 손을 벌벌 떨고 있었다는데…. 이봐, 보아하니 자네는 긴장을 하면 손이 떨리는 버릇이 있지? 사격을 하다 눈썹에 상처가 난 것도, 긴장을 너무 많이 한 탓에 손이 떨려 반동을 잡지 못했던 탓이고!”

  기무라는 남자의 손을 응시했다. 아니나 다를까,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기무라는 남자가 쓰고 있던 모자를 총구로 툭 쳐서 벗겨내었다. 황토색 정모가 나풀거리며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기무라는 미소지으며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어라? 자네 왜 이렇게 긴장했나? 난 그 군인이 자네라는 말은, 단 한 마디도 한 적이 없는데?”


‘함정이구나!’ 남자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 그의 반응에 확신을 얻은 기무라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크게 웃었다.



“하하하! 이렇게 수상한 반응을 보여주면, 안타깝게도 내가 자네를 동료가 아닌 용의자로 취급할 수 밖에 없다네! 오랜 친구로서 정말 유감이지만, 일은 일이니까 말이지…”


전혀 안타까워하지 않는 표정으로, 기무라는 총구를 남자에게 겨누었다. 부들부들 떨며 총구를 노려보던 남자는 결국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기무라가 ‘용의자'들을 어떻게 다루는지는, 그도 아주 잘 아는 사실이었다.


“자네를 체포하겠네. 아, 너무 걱정하지는 말게. ‘조사’ 후에 죄가 없다는 게 밝혀지면 풀려날 테니까. 그때까지 멀쩡히 살아 있다면 말이야, 하하하!”


농담처럼 가벼운 어조로 살벌한 말을 내뱉으며 기무라는 크게 웃었다. 그리고는, 경멸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남자를 향해 씹어 뱉듯이 중얼거렸다.


“그러게 쓸데없이 날 방해하니까 이 모양이 되는 거 아니냐, 이 불손하고 오만한 놈 같으니… 입 닥치고 내가 시키는 일이나 잘 했으면 서로 피곤할 일이 없는데.”

  그 순간 안개 속에선 여러 발의 총성이 들려왔다. 그 소리가 축포처럼 느껴진 기무라는 흡족하게 미소짓고는, 총성이 들린 쪽으로 외쳤다.
 
  “이봐! 가능하면 살려놓으라고! 그 녀석들은 이따가 이 놈과 함께 다리부터 부러뜨리고 자백을 받아낼 테니까 말이야!”

 
  하지만 거리가 먼 탓인지 총성 탓인지 그의 말이 부하들에게까지 닿지 않는 듯했다. 그는 혀를 차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가능하면 덜 다치게 잡아 오랬더니… 쯧. 뭐, 한 놈이라도 잡아오면 될 테지. 여기 다른 수확도 있고.”


  잠시 뒤, 그의 부하 한 명이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채 안개를 헤치고 뛰어왔다. 한 손에 자신의 모자를 들고 비처럼 흐르는 땀방울을 채 닦지도 못한 그 병사는, 기무라 앞에 멈춰서며 거의 쓰러질 뻔 했다가 겨우 자세를 잡았다. 기무라는 그를 보고 싱겁다는 듯이 시큰둥하게 물었다.


  “뭐야, 벌써 다 끝내고 왔어?”

  “아닙니다. 뭔가 이상합니다. 안개 속을 헤치며 뒤져보았지만, 마을에 사람은 커녕 쥐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심지어 누군가의 저격으로 인해 아군 한 명이 당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보고에 기무라가 팍 인상을 썼다.

  “일 처리하는 꼬락서니 하고는…. 이런 작은 산골 마을에 숨어 사는데, 짐승 잡을 총 정도는 당연히 가지고 있겠지! 그리고 저격은 무슨, 겁에 질려 마구 쏴댄 총알이 어쩌다 맞은 거겠지. 이런 안개 속에서 총에 맞다니 운이 지지리도 없군. 부상 정도는?”


  기무라의 부하는 벗은 모자를 두 손에 꼭 쥔 채로 벌벌 떨며 대답했다.

  “아뇨, 그게, 부상이 아니라, 정확히 이마 정 가운데…. 즈, 즉사했습니다.”


  “뭐!?.”



.....계속



작가: Mesh
편집자: 한투한 번역기, 자퇴생
작가의 말: 마지막까지 봐주세요!
편집자의 말: 숨겨왔던 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