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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 최고의 맛을 찾아서 -9화-

자퇴생 2026. 2. 18. 11:30

Episode 9. 긴 밤.







우거진 푸른 수풀이 바람에 흔들린다. 낮에는 새들이 쉬어가며 지저귀던 푸르른 들판이, 밤이 되어 얼핏 고요해진 듯 하지만, 귀를 기울이면 여전히 풀벌레들의 울음소리가 무성하다. 방아깨비와 귀뚜라미들이 풀숲에서 이리저리 뛰어오르는 모습에서, 문득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타케루는 말없이 숨을 들이켰다. 어렸을 적 아버지와 냇가에서 밤낚시를 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도 청명한 밤하늘 아래서 무수한 풀벌레 울음이 그의 귀를 간질였다. 타케루는 좀처럼 물고기를 잡지 못했다. 분명히 잡았다 싶은 순간 달아나기를 반복하니, 가슴이 답답해 괜히 성질이 났다. 아버지는 그를 보고 큰소리로 웃었다.

 

  “어떠냐, 타케루. 어렵지? 세상에 쉽게 얻어지는 건 없다. 요리사가 구해오는 식재료들도 다 누군가의 땀과 끈기의 결실이야. 그렇기에 우리는 주어진 식재료에 감사하면서, 성의와 정성을 다해 요리해야 한단다.”

 

  “ 가뜩이나 물고기 한 마리도 못 잡아서 짜증 나는데, 그런 말 한다고 뭐가 들리겠어요? 전 단지 재미로 낚시 온거거든요.”

 

  타케루가 연신 투덜거렸다. 부루퉁한 게 뒷모습으로도 훤히 보이는 까까머리 아들이, 아버지 눈에는 마냥 귀여워 보였다.

 

  “그래도 타케루, 이 말은 잊지 마라. 어떠한 상황에서든 연(緣)이 있다는 것을. 지금 힘들게 잡고 있는 저 물고기들도 너를 성장시키는 ‘연’인 셈이야. 네가 훌륭한 요리사가 되어서도, 또 그 이후에도, 새로운 ‘연’이 생겨날 거다. 네가 성장하기 위한 그러한 ‘연’이 보인다면, 그 기회를 놓치지 말거라.”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타케루의 낚싯대가 강하게 흔들렸다. 타케루는 있는 힘껏 대를 당겼다. 수 시간 만에 겨우 결실을 얻은 낚싯대의 끝에는, 작은 송사리 하나가 파닥거리고 있었다.

 


 

 

 차츰 떨어지는 기온에, 이슬 맺힌 풀잎이 그 무게에 고개를 숙인다. 벌레들은 잠이 없는 것처럼 줄곧 찌르르 울음소리를 내었다. 그 속에서, 여월은 둘만의 봄을 만들었고 타케루는 그런 여월의 머리칼을 넘겨주었다. 둘은 아무 말 없이 침묵과 눈웃음으로 대화했다. 고요한 숲속에 두 사람만 남은 것 같았다. 바람이 부는 소리도, 벌레들의 울음소리도 더는 들리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온도는 한층 더 내려가 사방에 옅은 안개가 내려앉았다. 안개는 산을 타고 올라와 마을을 뒤덮었다. 차가운 새벽의 흙냄새가 안개에 실려 퍼졌다. 


깜깜한 밤. 사방으로 우거진 숲. 그 깊은 산속 어딘가, 짙어지는 안개 사이에서, 수풀을 헤치고 한 무리의 사내들이 걸어나왔다.

 

  산속 자그마한 마을까지 다다른 그들은, 가장 먼저 보이는 방문을 ‘쾅’하고 열어젖혔다. 타케루와 여월은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안개와 어둠으로 인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하기 힘들었다. 그들 중 한 사람이 누군가를 방 안에서 끌어내었다. 다 찢어지고 해져 누더기가 된 유카타를 입고 있던 그 사람은, 방 밖으로 나오자마자 큰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남자의 목소리였다. 그를 끌어낸 사내가 입 닥치라는 듯이 주먹으로 남자의 배를 가격했다. 남자는 ‘억’ 소리를 내더니 배를 부여잡고 침을 흘리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타케루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숨이 턱 막히고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 마을의 누군가가 위험에 빠졌다는 사실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 생각에 타케루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무작정 소리가 난 곳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잠시만요…!”

 

  여월이 작게 외치며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타케루의 귀에는 닿지 않았고, 그는 멈추지 않고 달려갔다. 앞만 보고 달리던 그를 한 여인이 가로막았다. 유키노였다.

 

  “유…유키노 씨!”

 

  타케루는 유키노를 보고는 놀라 제자리에 멈춰 섰다. 그는 흥분과 두려움, 긴장으로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돌아가.”

 

  유키노가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하지만 단호히 말했다. 그 사이 타케루를 따라잡은 여월이 그의 옷자락을 잡아끌었다.

 

  “타케루 씨, 참으셔야 해요! 괜히 달려들었다간…!”

 

  타케루는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 마을 사람이 위험에 처했다. 그런데 도우러 뛰어가는 외부인 타케루를, 이 마을 사람들인 유키노는 가로막고 있고 여월은 옷자락을 잡아끌고 있다. 도저히 마음을 가다듬을 수 없던 타케루는 이를 꽉 물었다. 목에 핏대가 섰다.

 

  ‘같은 마을 사람이 두들겨 맞고있는데 왜 나를 막는 거지? 저렇게 비명까지 질렀는걸. 누군지는 모르겠지만….잠깐!’

 

  그 순간, 유키노의 어깨 너머로, 조금 더 가까워진 그 폭력의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의문의 사내들에게 끌려나와 두들겨맞고 있는 건, 유키노의 남편 사토고로였다. 밤새 잠을 자지 못해 두 눈이 벌게진 채로, 그의 타는 듯한 시선이 다시 유키노를 향했다. 타케루는 외쳤다. 

 

  “왜 저를 막으시는 거죠? 지금 당신 남편 사토고로씨가 맞고 있다고!”

 

  “나도 알아….”

 

  “알면서 왜! 왜 막는 건데! 왜….”

 

  “여월아, 이분을 데리고 후리로 피신하거라. 여기는 우리가 맡을 테니.”

 

  유키노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여월에게 지시하는 그녀의 말에서 떨림이 느껴졌다. 타케루는 자신의 물음에 답을 해주지 않는 유키노가 원망스러웠다. 그의 머릿속은 당장 사토고로를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타케루는 둘을 뿌리치려 애쓰며 사토고로가 있는 저 앞을 바라보았다. 발길질이 멈추고, 짙은 안갯속에서 작게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웅성거림은 한동안 이어지다 점차 작아지더니, 이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총성.

 




  사토고로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바닥에 고꾸라졌다. 타케루와 여월의 눈동자가 크게 요동쳤다. 심장이 순간 멎었다. 몸은 분노로 떨렸지만, 마음은 두려움에 차 타케루는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입을 작게 벌린 채 허수아비처럼 그 자리에 멈춰서고 말았다.



  “여월아! 어서!”

 

 유키노의 외침에 퍼뜩 정신을 차린 여월이 타케루를 끌어당겼다. 타케루는 여월에 의해 끌려가는 와중에도, 총성이 울려퍼진 그 안개 너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한순간, 그의 시선이 유키노에게 향했다. 유키노는 떨고 있었다. 산골 새벽의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그녀가, 지금은 사시나무 떨듯이 떨고 있었다. 두려움인가, 분노인가, 슬픔인가. 타케루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그 모두일지도 모른다. 그녀가 울고 있다는 것 만큼은 타케루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곧 그녀는 새벽의 안개 속으로, 집어삼켜지듯 멀어져갔다.





......계속




작가:Mesh
편집자: 한투한 번역기, 자퇴생

ㅡ편집자의 말1.
긴: 말 안 하겠다. 야식 먹지마라.
밤: 에 먹으면 다 살이다... 
ㅡ작가의 말
하... 엎드려